오늘은 제가 약 5년 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3년 차 데이터 분석가인데, 지금 4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4개의 회사를 다녀봤지만, 항상 같은 문제를 겪고 있고, 아직도 명쾌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남겨놓고 실무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글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모든 데이터 분석가가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데이터 분석가들이 속하는 직무 또한 애매하고,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이라면 이런 문제들이 별로 없겠지만, 빅데이터 및 AI가 크게 발전하고, 많은 회사에서 데이터를 잘 활용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데이터 분야에서 사수 없는 회사가 많고, 데이터 분석가 혹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을 갖고 있죠. 제가 겪은 동일한 문제들을 몇 가지 케이스로 나눠서 정리를 해보고, 저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작성해 보겠습니다.
Case 1. 성과주의 분위기의 회사, 데이터 분석가 0명
제가 이 문제를 처음 직면했을 때입니다. 제가 당시 재직했던 회사는 80여 명의 규모였고, 개발자보다 기획자의 힘이 더 센 분위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첫 회사였던 만큼, 저는 회사를 볼 수 있는 눈이 없었습니다. 보통 신입은 회사에 들어가면 일을 가르쳐 준다더라 혹은 면접에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사수는 엑셀로 요약 통계량 정도 볼 수 있는 기획자였고, 팀 내 혹은 팀 외부에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개월 수습 기간 동안의 저에게 주어진 미션은 매출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집단 간의 매출 차이 등을 검증한다거나, 매출 등을 시각화해서 공유하면 흥미롭지만 이 결과를 활용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었고, 저는 무엇을 데이터로 보고 싶은지 알고 싶은지 물어봤으나, 매출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었습니다.(그 외에 서비스 관련 히스토리가 문서화되어 있지 않고, 기획자 머리에만 있다던가 등의 문제는 생략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당 미션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음을 신규 입사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정량적이지 못한 미션임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경력이 전혀 없던 그 당시의 저는 몰랐습니다. 또한 해당 회사를 다니면서, 데이터 분석가는 기획자와 개발자 중간 지점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절대 기획자와 같은 편이 될 수 없음을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없음을 경험했습니다.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으나, 제가 다닌 3개의 회사는 모두 그랬습니다...) 지금의 제가 이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과감하게 회사를 나오는 것으로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Case 2. 안정적인 회사, 데이터 분석 실무자 0명
Case1을 겪고 나서는 성과주의보다는 안정적인 연구적인 성향이 강한 조직을 찾아서 들어갔습니다. 면접 때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왔었고, 연봉은 낮지만 튼튼한 기업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들어가서 보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만 실무를 잘하지 않는 경영진이라서, 빅데이터 및 AI 관련 프로젝트 수주는 영업팀에서, 실무는 제가 진행하되, 사수는 하청업체 대표를 붙여주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가장 낮은 직급의 연구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저는 또 비슷한 많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일단 영업팀이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빅데이터 및 AI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저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조언을 하거나 제안서를 작성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해외 연구 논문을 참고하여 모델 예측 정확도를 60% 예상한다고 제안하면, 정확도를 90%로 올려달라고 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수주를 하기 위해서 높은 정확도로 기재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나, 연구원으로써는 말도 안 되는 정확도로 작성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이해를 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설명을 해드렸으나, 결국 영업팀은 이해하지 못했고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그나마 타협해서 85%로 기재하더라고요. (다행히 프로젝트가 수주되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모델링으로 난다 긴다 하는 기업들도 정확도를 이렇게 작성하던, 말이 안 되는 제안서를 작성하든 방치하더라고요. 그리고 영업팀이 빅데이터 및 AI가 너무 어렵다고 해서, 몇 차례 세미나를 진행했으나, 이해하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프로젝트가 수주되지 않는 이유를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한심함을 느꼈습니다. 만약 지금의 제가 이 때로 돌아간다면, 연구원보다 높은 직급으로 입사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가를 추가 채용하지 않는 한, 이 회사도 다니지 않을 것 같습니다.
Case 3. 안정적인 CRM 회사, CRM 분석 컨설턴트 다수 존재
빅데이터 분석 개발자로 지원했으나, CRM 분석 컨설턴트 소속이 되었고,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데이터 추출하는 사람들이 추출한 요약 통계량으로 비약해서 표나 그래프에 대한 설명을 작성하면 되는 업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툴을 활용해서 앱 사용자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맞춤형으로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참여 당시 기뻤으나, 기존 프로젝트 인원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웠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했다는 사람들인데도, 툴 사용법 강의를 시청하고도, data type을(int, str 등)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툴 개발하는 업체의 딜레이를 재앙처럼 큰일이 일어났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툴 개발을 한 경험은 없지만, 툴 개발 일정은 언제나 알 수 없는 버그들로 딜레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저희가 개발 업체가 아니라면, 딜레이 되는 기간 동안 툴 사용법을 더 잘 익힐 수 있는 기간이 생기니까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 차는 좀처럼 좁힐 수 없었습니다. 이런 곳은 경력이 없을 때 1년 정도 다니기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니면서 데이터에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사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고,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세 가지의 경우를 나눠봤는데요. 공통적으로 직무가 다른 사람들과 항상 의견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데이터 관련 장벽이 많이 낮아졌음에도(다양한 서적 혹은 유튜브 강의를 통해 의지만 있다면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초 지식 쌓기는 쉽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 문제는 저의 파워가 센 위치에 있다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지만, 저는 사원이기 때문에 낮은 직급에서 해당 문제를 직면할 때는 어떻게 현명하게 해결해 갈지도 중요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솔루션
솔루션
1. 들어온 요청이 내 업무인지 판별하기
2. 맞춤형으로 필요한 부분만 설명해 주기
3. 나와 직급 차이가 많거나, 목소리가 크다면 내 의견 굽히기
지금 저는 누가 어떤 질문을 하면 우선적으로 이게 내 업무인지 아닌지를 판별합니다. 기획과 분석 사이에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보니 몰라서 분석가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예측 모델링으로 AB 테스트해서 우리가 뭘 얻을 수 있어요?'라는 질문입니다. 언뜻 보면 데이터 분석가가 답을 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통 어떤 이벤트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기획자가 기획을 했을 텐데, 이벤트의 효과 이후에 어떤 액션을 취할지 또한 기획자의 업무입니다. 데이터 분석가는 해당 이벤트가 진행되어도 기존의 예측 모델들이 여전한 설명력을 갖고 있는지만 확인할 뿐이죠. 회사마다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떤 액션을 취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도 기각당하는 편이라 철저히 기획자의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 관련해서 알고 싶다고 한다면, 최대한 어려운 이론 부분을 제외하고, 그분들에게 맞춤형으로 필요한 지식들만 알려주는 시간을 갖습니다. 각자 해야되는 업무들이 있기 때문에 기초부터 천천히 알려드리기 보다는 꼭 필요한 그 분들에게 필요한 부분만 알려드리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좋습니다. 이때가 가장 희망적인 순간입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저 또한 타직무의 사람들에게 데이터를 조금 더 이해시켰다는 뿌듯함과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언젠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기를 꿈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저의 생각을 포기하고, 목소리 큰 사람들의 말을 따릅니다. 양심에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현재 저의 위치에서 저의 업무 시간 손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언젠가 더 좋은 해결 방법이 생긴다면 또 공유해보겠습니다.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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