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글또 9기

요리사와 데이터 분석가

Moana96815 2024. 4. 27. 09:30

이번에 작성할 글은 최근 4년 간 틈이 나면 어딘가 깊이 생각하게 되던 저의 생각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통장은 슬펐지만, 마음은 행복했던 갭이어를 끝내고, 틈틈이 채용공고를 탐색하고 지원하다 보니, 마음의 평화가 깨지며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3주 간 경력 기술서를 고치고, 제출하고, 코딩 문제 풀기를 반복하고 원하지 않는 결과를 확인하다 보니 금주 월요일 시작부터 힘이 나지 않아서, 한 주 쉬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시크릿 셰프라는 요리 경연 쇼를 보면서 현재 데이터 분석가의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크릿 셰프가 어떤 쇼인지, 어떤 점에서 데이터 분석가가 떠올랐는지, 그래서 앞으로 저는 어떠한 태도로 나아갈지 간략히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시크릿 셰프

 

출처: 디즈니 플러스

 

시크릿 셰프는 2023년에 방영했던 독특한 요리 경연 쇼입니다. 10명의 셰프가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수차례의 경연을 펼치고 서로의 요리도 익명으로 평가를 하며 최종 우승한 1인이 10만 달러를 가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요리 경연 쇼는 헬스 키친, 마스터 셰프 정도만 봐서 시크릿 셰프는 저한테 생소한 경연이었습니다. 전문 셰프들과 가정 요리사들이 참가해서 서로 평가를 하여 탈락시키고, 경연 주제도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음식 재료를 랜덤깡으로 선택하여 나오는 재료를 무조건 활용해서 음식을 완성해야된다거나, 2명씩 팀이 되어 순서대로 15분씩 요리를 하여 60분 동안 음식을 완성해야 되는 등 미션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금 스포 하자면 시크릿 셰프에서 10만 달러를 받은 우승자는 전문 셰프가 아닌 가정 요리사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요리 경연을 보고 싶다면 살포시 추천해 봅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느낀 점

 시크릿 셰프를 보면서 데이터 분석가가 떠올랐던 것은 전문 셰프가 아닌 사람들의 리뷰로 다음 라운드의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장면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잘 흐르지 않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를 받던 과거의 나날들이 떠올랐달까요? 그래도 시크릿 셰프에서는 평가가 좋지 못하면 셰프들이 좌절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10만 달러 약 1억 5000만 원의 우승자 상금과 다양한 요인들로 10라운드 동안 계속해서 큰 동기 부여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데이터 분석가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통계학을 전공하고, 데이터 분석가로서 안정적인 자리를 잡고 싶은 욕망이 크다 보니, 시크릿 셰프를 보면서도 어느새 기본기부터 탄탄히 갖춘 셰프가 우승하기를 은근히 바랬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제가 응원하던 셰프들은 많은 활약을 하긴 했지만, 최종 우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쇼를 볼 당시에는 가정 요리사가 미슐랭 음식점에서 전문적으로 일한 경력을 가진 요리사들을 제치고 우승을 했다는 사실이 왜인지 슬펐는데요. 그러나 쇼를 다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가정 요리사가 우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승한 가정 요리사는 기본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할지라도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우승을 한 것이고, 최종 라운드에서 승리하지 못한 경력직 요리사는 다른 라운드에서 압도적 승리를 하다가 마지막에 도전적인 메뉴보다 안정적인 메뉴를 선정하여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요리사와 가정 요리사의 생각과 태도도 뭔가 흥미로웠습니다. 가정 요리사들은 식당 경험이 있는 요리사들에 비해 기초가 부족하다는 압박이 있어 보였지만, 요리사들은 요리하는 과정 없이 결과만 봤을 때 형편없는 음식이 아닌 이상 기본기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데이터 분석 관련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하면서 데이터 관련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실 말하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특히 요즘은 전공한 저보다도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보니 때론 제가 전공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끄럽기도 하며 저 또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경연에 참여한 가정 요리사가 새삼 대단한 것 같습니다. 각자 본업이 있고, 요리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대접할 때만 할 텐데 식당을 운영해보지 않았어도 경연에서 긴장될 텐데 10인분의 양을 실수 없이 준비하고, 다뤄보지 않은 식재료로 새로운 메뉴를 금방 만드는 임기응변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고요. 전 익숙한 하나를 깊이 파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상상 해보지도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어려울 것 같은데 저와 반대인 사람들을 보면 항상 존경스럽고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재미로 본 쇼에서 의외로 많은 것을 느꼈던 인상 깊은 요리 경연이었습니다. 아주 짧게 3주간 도전을 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도전을 포기하고 다시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며 간신히 얻은 기회를 날려버릴 뻔한 저의 나약한 모습 때문에 더 인상 깊게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살짝 심적으로 길을 잃어버릴 뻔했는데, 다시 마음을 다 잡고, 내일부터 처음부터 목표해 왔던 것을 이루기 위해 천천히 달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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